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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할머니 이야기
    이야기 2012. 2. 8. 10:24

    삘 삘삘....

    삘 삘삘....

    삘 삘삘....

    눈을 떠 보니 네시반이다.

    아니 이 시간에 웬... 전화 람....

    문득 오래전 일이 생각난다.

    그 날도 네시반 이었다.

    홍 형... 나 좀 태우러 와 주시겠오..?

    서울 갔다 오던 친구가 눈길에 미끄러져서 꼼짝도 할 수가 없단다.

    이런... 어디쯤인데..?

    영월 조금 지나서요.

    아내는 이 시간에 웬 일이냐고... 짜증 반 걱정 반 이지만

    이 시간에도 와 줄 것이라고 나를 믿고 전화를 해준 친구가 고마웠다.

    그런데 오늘은.....

    전화기를 보니 시골에 계시는 아버님이시다.

    예..접니다.

    새벽에 미안한데... 할머님이 돌아가셨다.

    아 드디어....

    그 동안 어머니 께서 어머님(나에겐 외할머니)을 모시고 계셨다.

    여러 형제들이 있지만 연세가 드시면서 조금씩....이상한 말씀도 하시고...

    그래도 기력은 좋으셔서... 집에 가만 계시지를 못하니

    도시의 아들네 집에서는 지내시기가 여간 불편한게 아니어서

    농사를 짓고 계시는 어머님이 동생에게 모셔오라고 했었다.

    아들네집에서는 학교로 직장으로 모두 나가고 나면 혼자서 계셨는데

    그게 힘드셨는지...

    딸네집에 오셔서는 잠시도 그냥 않 계시고 졸졸 따라 다니셨다고 한다.

    부엌엘 가도 밭으로 가도... 잠시만 않 보이면 찾아 나서고..

    김매기 할 때면 할머니도 호미를 들고 나오셔서는... 나도 할 수 있다고...

    원래 젊으셔서는... 모든면에서내로라 하던 분이시라 마음만은 훤하셨는데

    그런데 90 이 넘으면서 부터 이제는... 곡식과 잡초를 구분하지 못 하셔서...

    어머님의 애를 많이도 태우셨는데...

    그래서 가끔 집에 갈 때면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지만

    어머님이 너무 힘드시니시설에 모시자고도 말씀 드렸는데..

    그 때마다 어머님 께서는 이제 살면 얼마나 사시겠나 하시면서 그런 소리는 다시하지 말라고 하셨었는데

    그 외할머니 께서 조금전에 돌아가셨다고 하는 아버님의 말씀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신것 보다는, 어머님이 이제는 조금 편해 지시겠구나 하는... 웃지 못 할 안도감에...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시골집으로 갔더니

    거실 한쪽으로 주무시는것 처럼 이불을 덮어 모시고 병풍을 세워두었다.

    왜 거실에 그냥 두셨어요 ? 방으로 모시지 않고...

    그 자리에 계시다 돌아 가셨으니 그냥 모시다 산으로 모시는게 좋지 않겠나. 하는 아버님 말씀

    추석 때 까지는 안방에 계셨었는데

    추석에 형제들이 얘기해서 거실에 자리를 새로 깔아 드렸더니

    그날 이후로 할머님 께서는 거실에서만 머무셨다고 한다.

    안방에도 자리를 새로 깔아야 하나 의논 하다가 아직은 색상이 바래지도,

    때가 많이 탄것도 아니니 그냥 더 지내보자는 결론으로 얘기는 끝이 났지만

    그동안 자식들 키우면서 좋고 맛난 것, 그리고 새거는 모두 자식을 위해서만 쓰시다가

    이제는 나도 써 봐야 겠다고 생각하셨나 보다고... 고개를 끄덕이는걸로....

    그 할머니께서 이제 돌아가셨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설날에 손자들 세배도 다 받으시고

    돌아가시는 날까지병으로 크게 고생하지 않으시고가셨다고 하니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주위에서 가끔 오래 병석에 머물다 가시는 이들을 볼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끼곤 한게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다만 한가지 아쉬움은.... 멀리있는 때문에 아들 며느리의 손을 잡아보지 못하고 가신일 이지만

    두 딸과 두 사위의 배웅속에 떠나셨고

    이제 육신의 굴레를 벗어났으니 가고 싶은곳 보고 싶은것 두루 제한없이 다하시면서 잘 지내고 계실거라 믿으니 참 복도 많은 할머니라고...어머니에게도 말씀 드렸다.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어머니...

    이제 할머니 않 계신다고 어머니가 할머니 노릇하시면 않돼요... 했는데...

    늙으신 어머니 가셨다고 긴장풀어지셔서 정말로 할머니 되실까봐 그게 걱정이다.

    어머니... 어머님도 할머니 처럼 오래 오래 사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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